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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도천풍 - 본의(本意)

글 : 이차선 / 그림 : 박형욱

도천풍 : 본의(本意)





꺄아악!!


마을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다시 마을에 강도가 든 것이었다. 


"먹을 것 내놔! 어디 있어!!"


제천의식을 위한 수탈과 약탈은 살아있던 사람들을 산적과 해적으로 만들었다. 기술이나 재능으로 먹을 걸 구할 수 없었던 이들은 힘을 이용해 식량을 구했고, 도천풍이 홍석근의 밑에서 수련을 받던 곳의 밑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 소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 살려주세요!"

"시끄러!"


한때는 평범한 주민 중 하나였겠지만 이제는 강도가 되어버린 사내는 주먹으로 여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순간, 사내의 주먹에 여인의 머리 대신 돌처럼 딱딱한 주먹이 닿았다.


"도천풍님!"


사내의 공격을 막아준 이의 얼굴을 확인한 여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면, 공격이 막힌 강도는 크게 당황했다.


"뭐, 뭐야!? 저리 안 비켜?"


사내는 막무가내로 천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저 힘 좀 쓰던 평범한 사내의 마구잡이식 공격일 뿐이었다. 석근의 밑에서 정식으로 무술을 수련받고 있던 천풍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천풍이 여인의 안위를 살폈다.




"괜찮으시오?"

"네. 덕분에 무사합니다."


여인이 두 뺨에 홍조를 띠고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본 천풍의 얼굴 또한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매번 이렇게 도움을 주시니 뭐라 감사드려야할지……"

"아닙니다. 수련하는 무인으로서 어찌 그냥 두고만 본단 말입니까."


천풍의 말에 여인의 얼굴이 다시금 붉어졌다. 그런 여인의 모습에 천풍의 가슴도 같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꿈틀대고 있었다. 벌써 여러 번이나 들었던, 사부 홍석근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악은 악을 부르는 법이다. 섣부른 도움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게야."


하지만 천풍은 사부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움은 하나의 선행이었다. 어째서 선행이 악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천풍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는지 여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아닙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천풍이 애써 웃음 지어 보이며 답했다.

그래, 이것은 옳은 것이다.

천풍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여인을 달래듯 자신을 달랬다.



*



"어딜 다녀오는 게냐?"


몰래 들어오는 천풍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로 뒤돌아 있던 석근이 물었다. 화들짝 놀란 천풍이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잡고는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 그게…"


그러나 천풍의 대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석근이 그런 천풍을 뒤돌아 보며 다정히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전에도 말했듯이 너의 도움이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 될까 걱정이구나."

"하지만 어째서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찌 도움이 해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천풍의 물음에 석근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풍은 석근의 행동에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저기 기어가는 개미가 보이느냐?"


석근이 가리키는 곳에는 자기만 한 쌀알을 이고 걸어가는 개미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검은 개미와는 달리 꼬리 부분이 검붉어 눈에 띄는 녀석이었다.


"짐을 저리 무겁게 지고 가는 모습을 보니 어떠하느냐?"

"보아하니 저 앞이 개미굴인 모양인데, 꽤나 먼 길을 가야 할 듯싶습니다."

"그럼 한번 도와줘 보겠느냐?"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저 개미에게야 자기 몸집보다도 더 큰 무거운 짐이지만, 너에겐 한낱 쌀알에 불과한 작은 일이 아니겠느냐?"


석근은 거기까지만 말을 한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물끄러미 개미를 바라보던 천풍이 개미가 지고 있던 쌀알을 집어 들어 개미굴의 입구에 놓아주었다. 개미는 쌀알에 매달려 버둥대다가 땅에 내려앉자 우왕좌왕하더니 이내 지고 있던 쌀알마저 떨어뜨리고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었다.


"어어? 그쪽이 아니래도."


바로 앞에 입구를 두고도 헤매고 있는 개미가 답답했던 천풍이 손으로 개미의 앞을 막아가며 입구 쪽으로 개미를 몰았다. 그러나 애써 방향을 잡아주려는 천풍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개미는 점점 입구에서 멀어져만 갔다.


그걸 보고 있는 천풍의 입안에 쓴 맛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천풍의 코에 닿았다.


'이건… 피 냄새…!?'



*



천풍이 허겁지겁 달려 마을에 도착했을 땐, 마을은 온통 불과 피로 붉게 얼룩져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은 검과 무기에 의해 난도질 당해 시체가 되어 있었고, 수많은 이들이 차갑게 쓰러져 굳어 있었다.


'그녀는? 그녀는 어디 있지!?'


천풍이 미친 듯이 마을을 뒤졌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져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괜찮으시오?"


천풍이 황급히 여인을 안아 올렸다. 상처가 깊지 않았는지 여인이 이내 정신을 차렸다.


"천풍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사… 산적 무리가…"


여인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근처 산에 진을 치고 있던 산적 무리가 마을에 내려와 주민들을 학살하고 식량과 재물을 앗아간 모양이었다. 그들은 기존에도 간간히 마을을 찾아와 식량을 앗아가던 무리들로, 천풍 또한 물리친 적이 있던 강도도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들이 지속적으로 천풍에게 방해를 받자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공격을 해온 모양이었다.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 데다가, 일부러 천풍이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을 노려 공격한 일인지라 마을 사람들은 속수 무책으로 당한 모양이었다.


"그런… 일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곳은 위험하니 저와 함께 가시지요."

"아닙니다. 전 마을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어째서요? 그러다 다시 이들이 공격해 오기라도 하면…"

"저 말고도 살아남은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들을 찾아 마을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 안위 만을 위해 이곳을 떠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저희 부모님의 시체도 수습해 드리지 못했으니… 흑."


말을 하던 여인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천풍은 그런 그녀를 보며 도울 수 없는 자신이 어쩐지 원망스러워 그저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



터덜터덜 수련장으로 돌아온 천풍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멍하니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던 천풍의 눈에 문득 개미 한 마리가 들어왔다. 꼬리 부분이 검붉었던, 전에 천풍이 도왔던 그 개미였다.

개미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입구와는 반대 반향의 먼 곳에 쓰러져 있었다. 죽은 개미를 보던 천풍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흐윽


천풍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뚝뚝 떨어졌다. 그날 천풍은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깜깜하던 밤하늘이 어느새 어슴프레 밝아올 무렵, 천풍이 홍석근을 찾았다. 


"사부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새벽의 갑작스런 방문이었건만, 석근은 천풍의 물음에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니 오히려 천풍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석근이 대답을 내어 놓았다.


"남을 돕는다는 건 네 생각만큼 그리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

"…"


석근의 말에 천풍이 말이 없었다.


"도움 자체가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사부님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다. 난 남을 돕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러나… 제가 그들을 도왔기에 이리되었다 말씀하시고자 하는 게 아니십니까?"

"개미를 기억하느냐?"

"네."

"개미를 돕고자 했던 네 선한 마음은 알고 있단다. 그러나 개미를 도왔을 때 그것이 어찌 되었느냐?"

"…"


천풍은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만일 네가 그들을 돕지 않았다면 그들은 스스로 이겨낼 방법을 찾았을 거란다. 자경단을 만들거나, 운국에 도움을 요청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도움을 줌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그들이 이겨낼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 거란다."


천풍이 고개를 숙였다.


"섣부른 도움은 아니하는 만 못할 수도 있단다. 그러니 남을 돕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하는 게야."

"그래서 입니다."

"음?"

"그래서… 이곳을 떠나고자 합니다."


천풍이 마치 한숨을 내뱉듯 무겁게 말을 뱉었다. 

그러나 인자한 눈으로 바라보던 석근은 이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오히려 후후 웃으며 답했다.


"네가 홍문신공보다도 더 하고 싶은 게 생긴 모양이구나."



*



밤새 마을을 태우고 간신히 사그라진 불기둥은, 시커먼 기둥을 남기고는 마을에서 사그라졌다. 

검은 재를 뒤지며 물건과 시체를 수습하고 있던 여인이 천풍의 모습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다.


천풍은 달려오는 그녀를 말없이 안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사람을 돕는 것.

난 그를 위해서 무예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


그날을 기점으로 한때 홍문파에 몸을 담갔던 도천풍은 석근의 곁을 떠났다.



도천풍 24세. 

한때는 홍문파의 제자였던 한 사내와, 그의 곁을 머물며 아내로서 여정을 같이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Fin - 


  •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검객엘리엇 [야현] 아따라 그시기해부리네.. 뭣이 그리복잡다요..걍 몹잡고..랩업하다가 잼없으면접고 또다른겜하다가 잼없으면
    접고 또 다른겜하다가 잼없으면접고 또다른겜하다가잼없으면접고............접고..접고또접고
    이러다보면 손꾸락 쥐내리면...겜접고 끝내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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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탱군 [월성검령] 석근이형 사람을 개미취급하다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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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섭퍼 [섭퍼] 천풍쨩다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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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틱앙 [깐돌쭈] 전에 봤던 개미가 죽은 걸 발견하다니 천풍 할배도 눈 겁나 좋은 듯..
    근데 결국 천풍이 하산한 이유는.. 사람을 돕는 건 핑계고 사실은 여자 때문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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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ak0002 [카이미아] 홍사부님이.개미를 희생시키켰다!! 이것이 홍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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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정 [절정] 오늘도 떡밥 감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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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빌런 [천서] '아내로서 여정을 같이 했던'이면 도천풍 아내는 인게임 스토리 진행시점에선 사망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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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의제왕 [코코암살] 1. 사망했다.
    2. 생존해있으나 뒤에서 내조하는 역할로써 스토리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전 개인적으로 2번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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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충성충성 [흑월 신] 알바의제왕 웹툰에 소유랑 단하만 데리고 대나무마을로 도망친걸봐선 생존 가능성은 없어보이네요. 2라서 갑자기 등장하면 뜬금없지않을까싶기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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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동포동 [푸딩yo] 샛별질때02리부트 도천풍의 성격도 그렇고 자신보다 마을사람들을 걱정하는 여성인걸로봐선 3번 가능성은 적지않을까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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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충성충성 [흑월 신] 만약에 저때 본인이 뭘 원하는지 깨닫지 못한채 계속 무일봉에 머물렀다면 ~사형으로서
    다른 사형들처럼 진서연의 희생자가 되었을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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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별질때02리부트 [글쿨을 지원한다] 근데 저널이나 5막을 보면 도천풍은 이 결정에 상당히 죄책감을 느끼는중인지 스승이 자신의 출사길을 반기지 않은것으로 생각하네요. 정확히는 만약 ~하지 않았더라면 수준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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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별질때02리부트 [글쿨을 지원한다] 뭔가 엄청난 떡밥인데...24세라면 저 시기가 25년 전인데 그럼 20년전 29세.막내와의 대면시 49세 현재 51세...50대에 미노년인 군마염,철무괴가 대단한건가, 아님 더 늙어보이는 도천풍이 대단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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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pdoi [Forut] 삽질리아나 그럴만 하다고 생각함 섭소유 지킬려고 온갖 고생하며 대나무 마을까지 아기랑 어린 아들 하나랑 같이 도망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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